작가  노트


제 작업은 카드라는 상징을 통해 현대인의 불완전한 삶을 이야기합니다.

인류는 태초부터 선택을 강요받으며 살아왔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또 성공을 향해 우리는 매일 새로운 결정을 내립니다. 어떤 카드를 내밀어야 할지, 또 어떤 카드를 집어야 할지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느슨하지만 동시에 치열합니다. 결국 현대인에게 선택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생존의 과정이자 치열한 투쟁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회 구조 속에 순응하고, 주어진 규율과 위계 안에서 제한된 선택만을 반복합니다.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낸 계급, 소위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태생적 조건 앞에서 좌절하지 않으면 다행일 만큼, 우리의 삶은 불완전성과 불안정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카드에 투영한 현대인의 초상입니다.


작품의 형식은 다양한 크기와 색상의 카드로 쌓아 올린 탑입니다. 단순히 도상적 매력 때문만이 아니라, 카드는 이미 인간의 삶을 담아내는 구조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트는 성직자, 스페이드는 군인의 검, 다이아는 상인, 클로버는 농민의 곤봉을 의미합니다. 조커는 모든 신분과 계급을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존재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52장의 카드와 조커를 합한 수가 365라는 사실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시간의 틀, 즉 1년의 날과 주를 상징적으로 내포합니다. 저는 바로 이 점, 시간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삶을 드러내기 위해 카드를 작업의 주요 소재로 선택했습니다. ‘쌓아 올린 카드’라는 조형 방식은 두 가지 의미를 담습니다. 첫째는 불안정한 구조 그 자체입니다. 일정한 프레임 안에서 탈출구조차 없이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위기감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계급과 욕망의 문제입니다. 카드탑은 경쟁을 뚫고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는 인간의 욕망과, 동시에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계급적 관점을 드러냅니다. 비록 도상으로는 중세시대의 계급처럼 보이지만, 오늘날의 자본계급 구조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시대적 구분은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몇몇 작품에서 수직적 질서가 아닌 불규칙적 배열을 택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인간은 본래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부과된 존재가 아니며, 그런 사회적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담기 위함입니다. 작품 속에는 익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톰과 제리, 엘리스, 덤보와 같은 존재들은 자본주의 매체가 만들어낸 허구의 산물이지만,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이들은 두 얼굴을 가집니다. 한편으로는 긍정적이고 유쾌한 이미지를 제공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드러내며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상징합니다. 저는 이 캐릭터들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겪는 불안과 혼란, 그리고 동시에 바라는 희망의 세계를 담고자 했습니다. 작품을 단순히 화려한 색채와 친숙한 이미지로만 읽는다면 아쉬움이 남을 것입니다. 제 시선을 함께 읽어내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핵심입니다.


카드 게임은 운과 확률로 승패가 갈립니다. 인간의 삶 역시 예측 불가능한 선택과 결과로 점철됩니다. 누구나 성공을 원하고, 평화로운 삶을 꿈꾸지만, 운명은 언제든 뒤집히며 노력조차 우연의 변수 앞에서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인간이 끊임없이 선택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삶은 단순하지 않고, 선택의 결과는 언제나 다양하며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 복잡성을 담아내는 것이 곧 저의 작업이자 메시지입니다.

동시에 저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경제 위기 속에서 부유층은 금융시장의 회복을 누렸지만, 중산층과 서민은 빚에 허덕이며 고통받고 있습니다. 청년 세대는 취업, 연애, 결혼, 출산, 집, 경력, 취미까지 포기한 ‘칠포세대’로 불리며, 부자가 되기 위해 주식·코인·부동산과 같은 투기적 수단에 내몰립니다. 이는 곧 한탕주의적 욕망이며, 결국 언젠가는 무너질 카드탑을 쌓는 일에 불과합니다. 제가 쌓아올린 카드탑은 공든탑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 욕망의 탑을 상징합니다. 카드 위에 놓인 캐릭터는 곧 저 자신이자, 불안정한 현실에서 방황하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입니다.


결국 제 작품은 현대인의 삶을 관통하는 모순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불안정성과 욕망, 계급과 희망, 현실과 이상이 뒤섞인 오늘의 사회 속에서, 우리는 모두 각자의 카드를 선택해야 합니다. 저는 관람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제 당신은 어떤 카드를 손에 쥘 것입니까?”

약력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학과 석사 수료

대구가톨릭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석사 졸업

대구가톨릭대학교 회화과 졸업


개인전 23회

2025 전병택 초대개인전 ‘The tower of card’, 미앤갤러리, 서울

2024 전병택 초대개인전 ‘The tower of card’, 파라스파라호텔, 서울

2024 달성문화재단 참꽃갤러리 전시지원사업 ‘불완전함에반하다’, 참꽃갤러리, 대구

2023 전병택 초대개인전 ‘불완전함에 반하다’, 자인제노 갤러리, 서울

2022 전병택 초대개인전 ‘불완전함에 반하다’, YTN 아트스퀘어, 서울

2022 전병택 초대개인전, Gallery ON, 서울

2021 전병택 초대개인전 ‘불완전함에 반하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경주

2021 전병택 초대개인전 ‘불완전함에 반하다’, 고도아트갤러리, 대구

2019 전병택 초대개인전 ‘완전함의 시작’-불완전함 속의 불필요한 것들, JK 블라썸 호텔, 서울

2019 전병택 초대개인전 ‘완전함의 시작’-불완전함 속의 불필요한 것들, L gallery, 서울

2018 전병택 초대개인전 ‘불완전함에 반하다’, HOARD Gallery, 서울

2017 전병택 초대개인전 LOVE : sweet pain, ART 247, 서울

2016 전병택 초대개인전 LOVE, 문화공간이목, 서울

2016 전병택 초대개인전 ‘Crossroads of choice’, 해럴드아트데이 옥션, 서울

2015 전병택 초대개인전 ‘완전함에 목마르다’, 탐앤탐스 블랙 눈스퀘어, 서울

2015 전병택 초대개인전 ‘Crossroads of choice’, Gallery A, 서울

2014 전병택 초대개인전, 자인제노 갤러리, 서울

2012 전병택 회화전 ‘The lord knows’, 에뽀끄 갤러리, 서울

2009 ‘창조적 충돌’ 기획공모, 대안공간게이트, 서울 外


단체전 160여회

2025 OPEN SPACE, 로하갤러리, 서울

2025 르비드 아트앤라운지 개관전, 르비드아트커뮤니케이션, 용인

2025 OPEN SPACE 아트페어, 로하갤러리, 서울

2025 미스터리미술여행, 대백프라자 갤러리, 대구

2024 제5회 아트락페스티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23 ART선셋 101 Deart82 특별전, 거북섬 마리나선셋, 시흥

2023 소소한 아트마켓, 대백프라자갤러리, 대구

2023 ART Alliance, 제인클레어 갤러리, 서울

2023 아트전주 컬렉션 특별전, 갤러리애플, 전주

2023 개개:고유의 세계, 고도아트갤러리, 대구

2023 달서아트페스티벌, 달서아트센터, 대구

2023 당신, 오늘은 어떤 색인가요?, 헤이스테이, 부산

2023 EMOK 기획전, 와이즈웍스&EMOK, 서울

2023 대구아트페스티벌,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23 Premiere, Karia gallery, 대전 외 다수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오산시립미술관, 서울미술관, 시카고 블루밍데일즈 백화점, 근로복지공단 평택지사,일드림취업지원센터, 세종조경학원, (주)컬처오션, (주)캐미코스, (주)탐앤탐스, (주)씨지리테일, (주)BIU, Hoard Gallery,Gallery A, Zeinxeno Gallery, Eda gallery, EMOK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