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나는 늘 떠나고, 돌아오고, 다시 떠나는 사람이다.
제주에서 태어나 스무 살에 섬을 떠났고, 여러 도시를 거쳐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삶을 ‘정착’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 고향을 떠나온 삶은 어느 한 장소에 완전히 속하기보다는, 늘 이동과 정지 사이에 놓여 있다. 동생은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우리 가족은 각지에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삶의 구조 속에서 공항은 나에게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공항은 단순히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나에게는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이자 곧 다시 헤어져야 하는 장소다. 설렘과 기쁨은 언제나 짧고, 이별은 늘 예정되어 있다. 그래서 공항에서의 만남은 언제나 잠정적이다.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 설렘보다 먼저 찾아오는 것은 조용하고 깊은 슬픔이다. 떠난다는 것은 언제나 무언가를 남겨두는 일이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마주한 풍경들은 이러한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공간에서, 나는 자주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보내는 쪽에 서 있었다. 양손 가득 기념품을 든 여행객들 사이에서 문득 설명하기 어려운 고독이 밀려왔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마주하는 거센 바람과 습한 공기, 활주로와 수평선이 맞닿는 풍경, 그리고 창가 좌석에 앉아서야 비로소 보이는 나의 푸른 섬. 늘 떠나지만 돌아오고, 돌아오지만 곧 다시 떠나야 하는 이 섬의 공기가 캔버스 위에 남았다.
Passenger 시리즈에 담긴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사람들, 공항 라운지의 장면들은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 누구나 지나치지만 쉽게 말로 설명되지 않는 관계의 순간들이다.
내가 그리는 공항과 풍경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는 서로 다른 장소에 흩어져 살아가다 잠시 만날 수 있는 관계의 형태, 그리고 늘 유예된 상태로 남아 있는 만남과 이별의 감정을 기록하는 일에 가깝다. 나는 떠남과 돌아옴의 사이, 완전히 도착하지도 완전히 떠나지도 못한 그 중간 지점의 풍경을 그린다.
약력
개인전
2023 Terminal / 갤러리 코소
2023 Return / 사이아트도큐먼트, 서울
2021 Serpentism / 갤러리한옥, 서울
2017 퇴근 / 치포리 갤러리, 서울
기획·단체전
2022 제17회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아시아현대미술 청년작가전 / 세종미술관
2020 진채유람 유토피아 / 갤러리한옥, 서울
2020 경자의 전성시대 / 갤러리한옥, 서울
2020 세화전 “알-쥐! 너를 응원해!” / 갤러리이즈, 서울
2019 여자 / 갤러리한옥, 서울
2019 세화전 “잘 될 거에요” / 갤러리이즈, 서울
수상
2020 갤러리한옥 청년작가공모전 입선
2017 치포리 갤러리 공모전 당선